윤석열의 두 달, 먹고살 만하십니까

이기수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6월 마지막 주 한국갤럽 조사는 ‘긍정 43%-부정 42%’로 붙고, 리얼미터는 ‘긍정 44.4%-부정 50.2%’로 뒤집어졌다. 취임 50일 만의 데드크로스는 노태우 정부에서만 한 번 봤던 일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데드크로스는 3단계를 거친다. 민심을 읽는 첫 허들 50%, 대선 득표율(윤석열 48.7%), 긍정·부정률이 역전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시작한 6월에 세 가지가 다 일어났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논설위원

2001년 추석 무렵이다. 이듬해 ‘노풍(盧風)’은 짐작 못하고, 이인제가 새천년민주당 대선 선두주자로 달릴 때였다. 밥자리에서 그가 일어났다. “대통령 되고 한두세 달 안에 지지율 50%로 가야 한다.” 저항이 있더라도 굵직하고 힘든 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취임 초 70~80% 지지율에 취하면 국정이 붕 떠가고, 끝까지 50% 위에 있는 게 중요하다는 요지였다. 처음부터 윤 대통령과는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날의 말이 떠오른 건 여태껏 ‘뭘 했나 싶어서’일 게다.

집권 50일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국정 설계와 말과 인사를 주목하고, 때로는 실수도 눈감아준다. 데드크로스는 그 허니문이 끝났다는 소리다. 새 정부 첫걸음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물가·공급망·금리·무역적자 위기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벌써 고개를 돌린다. 갤럽 조사에서 국정에 화난 이유는 인사(18%),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 독단적·일방적(7%) 순서로 꼽혔다. 지지율 추락이 자업자득이란 것이다. 민심은 그렇게 날카롭고 앞서간다. 집권세력 착점이 민생과 멀다니 무슨 말일까.

①좌동훈·우상민 정부 = ‘검사 비서실장’을 낙점한 대통령에게 자칭 책임총리가 고맙다고 한 웃픈 일이 벌어졌다. 도처로 뻗어가는 검찰의 전성시대다. 그 정점엔 공직 인사검증권까지 쥔 한동훈 법무장관이 있다. 검찰을 직할체제로 짜고, 공석 중인 총장 대변인까지 미리 인사한 것도 그였다. 인치(人治)의 다른 축은 대통령의 학교 후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그는 행안부 경찰국을 부활시키려 한다.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독립시키고, 장관 업무에서 ‘치안’을 삭제한 것과 배치된다. 권력 친위대 흑역사는 해방 뒤 경찰에서 군-정보기관-검찰로 이어졌다. 무소불위 괴물이 된 정치검찰 힘을 경찰로 나누자 다시 행안부가 옥죄려는 격이다. 이 장관은 경찰청장 후보자도 면접하고, “전 정부에 수사 안 된 거 꽤 있다”고 자락을 깐다. 대통령은 법무부 검찰국과 행안부 경찰국을 붕어빵처럼 본다. 민주주의와 엇나가는 독단이다. 검찰의 인사·수사를 보면 미래의 경찰이 보인다. 식물총장·청장 위에 ‘좌동훈·우상민’이 있는 공안국가인가.

②메신저 윤석열의 위기 = ‘처음 해봐서’, ‘글로벌 위기라서 어쩔 수 없다’는 건 대통령이 해선 안 될 말이다. “법조인이 폭넓게 정·관계에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라는 말도 법치를 왜곡했고,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건 책임장관 공약을 희화화시켰다. 인사 참사·검증 비판에 “전 정권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되묻는 건 입을 막고 세상을 갈라치는 ‘왕놀이’와 다름없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보며 임기제 기관장 사퇴를 압박한 것도 이율배반이다. 그런 짓 않겠다고 정권 달라 한 거 아닌가. 말을 솜털처럼 뒤집으며 ‘메신저 윤석열’은 흔들리고 있다.

③권력에 취했다 = “마당 나뭇가지 흔들리는 것 못 느끼나.” 대통령이 지방선거 직후 복합위기를 태풍에 견주고,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 절박감은 어디 가고, 여당은 성비위에 휩싸인 대표와 ‘윤핵관’의 권력다툼에 여념 없다. 저리 시작할 걸, 국회는 왜 5주나 공전시켰나. 민생을 떠나 여당이 설 곳은 없다. 애당초 정권교체만 외쳤지 뭘 하겠다고 한 건 손에 꼽는다. 부자감세 낙수만 기다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5년 만에 잡은 권력에 다들 취해 있다.

다산 정약용이 ‘식위정수(食爲政首)’라고 했다. 인재를 등용하는 ‘용인(用人)’과 국부를 키우는 ‘이재(理財)’도 큰 정치이나, ‘먹이는 것이 정치의 으뜸’이라 한 것이다. 나흘 전 과일·고기를 두 달째 못 먹고, 끼니 거르고, 폭염에 선풍기도 틀지 않는 기초수급자 가계부가 공개됐다. 민생고의 끝도 가늠키 어렵다. “지지율 의미 없다”는 대통령은 배짱이고 불통이다. “임금 인상 자제하라”고 경제부총리가 찔끔거릴 때도 아니다. 대통령의 무겁고 긴 화두, 여야의 잘하기 경쟁은 먹고사니즘이 돼야 한다. 문제는 늘 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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