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일론 머스크는 참 독특하다. 그의 기행은 주로 트윗인데 2018년에는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만우절 트윗을 했고,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기혐의로 피소되어 약 255억원의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그는 주가, 코인,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관한 발언을 계속했고 하비 피트 전 위원장에게 “철 좀 들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트위터 인수결정을 철회해서 또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머스크가 왜 그러는지 누가 알겠냐마는 우리는 머스크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교수

첫번째 교훈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요인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특히,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러냐에 관심이 많다. 원인은 개인적 성격, 경험, 주변 환경 등 다양한데 과잉자신감, 어릴 적 재난경험, 유유상종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의 연구들은 적어도 경영진은 이런 비합리성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 미국기업 5200만 직원 중 9%가 중·하위 경영진이 되고, 2%가 상위경영진, 그리고 오직 0.002%만이 상장기업의 CEO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상한 사람은 다 걸러지고 능력자만이 선택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은 이사회와 시장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편향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최고경영진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고경영진도 과잉투자, 사사로운 자원배분 등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자주한다. 이제 우리는 훌륭한 그들을 믿고 마냥 엎어져 있을 수만은 없다. 왜 그들이라고 다르지 않을까? 개인의 숨겨진 특성을 다 알 수가 없는데 보이는 지표만으로 판단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계속 승진할 수 있다. 과잉자신감 등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 당시의 상황에서 회사에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이상한 걸 알고도 승진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인사권자가 그냥 개인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자기복제하기도 한다. 한국 재벌의 경우는 아무런 경쟁 없이 그냥 아들, 딸이 최고경영진이 된다. 마지막으로 경영진 감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CEO가 이미 영향력이 너무 커졌거나 이사회를 CEO의 참호로 만들어 놓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거다. 불행하게도 최고위층의 스펙이 상위 0.002%라 하더라도 우리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성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두번째 교훈은 최고위층들의 커지는 영향력이다. 머스크는 그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것이지 테슬라가 트위터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시가총액 40조원에 달하는 소셜 네트워크 기업을 상대로 맞짱을 뜨고 있는 거다. 그는 정부와의 싸움에도 거침이 없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테슬라라는 첨단 거대기업의 CEO이다. 이제 거대기업의 매출은 어지간한 국가의 정부예산보다도 많고 CEO 연봉은 천문학적으로 올랐다. 점점 강해지는 거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은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까지 한다. 1980년 21%이던 지배력지표인 마진율이 2016년에 61%까지 치솟았고 대부분 거대기업에서 올랐다. 거대기업의 정치적 영향력 또한 정치자금 펀딩, 관료·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로 인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인한 강력한 팬덤과 그들만의 영웅의 탄생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는 무려 1억명이 넘는다. 그의 한마디에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이 출렁거리며 그가 혐오발언을 해도 그를 옹호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기이함이 묘하게 팬을 만들고 있다.

국민은 재벌총수도 궁금하지만 대통령, 장관들이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가 궁금할 거다. 우리는 리더에 대한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첫째, 보이는 것 이외에 숨겨진 리더의 개인적 특성을 분석하고, 견제해야 한다. 숨겨진 특성이 잘못된 결정을 부르는데 선거와 청문회 등을 통해 리더의 모든 것을 검증할 수는 없다. 안에서는 참모, 밖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비합리적 리더는 조직의 자원을 자신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사용한다. CEO의 사익추구는 기업을 말아먹고 대통령의 사익추구는 국가와 시장에 혼란을 준다. 무엇보다 사익추구를 막지 못하면 겁없는 리더가 탄생한다. 겁없는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거기에 규율 없는 소셜 네트워크는 비이성적 권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술자리에서나 할 말을 유튜버들이 공론장으로 끌고 나오는 게 표현의 자유는 아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