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바다는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풍족히 준다. 한국은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세계적인 수산물 소비국이다. 양식도 활발해서 횟집은 양식어종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양식은 이중 생산구조를 보일 정도로 대단하다. 전복이 엄청난 희귀어물에서 대중적인 물건이 된 건 양식 덕인데, 역시 양식한 미역, 다시마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양수산물은 과거 단백질 공급처에서 미각의 산지가 되었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제철음식 하면 시민 누구나 수산물을 떠올리게 된 것도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방어철에는 홍대앞 횟집에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서는 특별한 현상이 벌어진다(방어는 10년 전만 해도 서울사람들은 잘 모르는 어종이었고 값도 쌌다). 대방어, 대방어 하는 말이 11월이 되면 뉴스와 SNS의 키워가 될 정도다. 민어는 또 어떤가. 얼마나 여름 유행을 타는지, 유명 산지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서 손님을 토해낸다. 전, 탕, 부레와 껍질, 회로 이루어진 세트메뉴를 기계적으로 먹고 금세 떠난다. 남도 식당 특유의 얇은 비닐이 식탁에 수십 장 미리 쌓여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손님이 몰린다는 뜻이다. 이런 세상에 불길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해산물 섭취는 미세플라스틱과 연결되어 있다든가, 겨울의 노로바이러스 파동 같은 것들이다. 무엇보다 수자원 고갈 뉴스는 위협적이다. 대체로 서구의 뉴스원들은 비관적이다. 2050~2060년이면 완전 고갈에 가까워진다고 경고한다.

나는 바다를 돌아다니며 취재할 때 해조를 유심히 본다. 해조는 여러 바다생물의 먹이다. 먹이사슬 하부구조의 핵 중의 하나다. 우리에겐 맛있는 재료다. 서서리(서설), 도부, 진저리, 천초, 모자반 등 듣도 보도 못하거나 거의 만나기 어려운 해조가 아주 훌륭하며 맛도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종의 양식을 늘릴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 김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싸며 고품질의 양식물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도에나 수출하던 것이 서구의 인기간식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김밥의 인기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해조는 대부분의 외국에선 먹지 않던 것이었다. 수산물 고갈을 풀 수 있는 열쇠가 해조 양식에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가 모르는 해조가 엄청나게 맛있다는 사실이다. 지역말로 서서리는 동해 남부해안에서 조금 나오는데 유통은 안 되지만 아주 맛있다. 유명한 오키나와 우미부도(바다 포도란 뜻)처럼 작은 알알이열매 같은 게 달려 있어 보기도 예쁘고 식감도 톡톡 터진다. 도부라는 해조도 데쳐서 된장에 무쳐놓으면 기막히다. 점점 늘고 있는 채식주의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게 다채로운 해조다. 인구감소와 출생률 저하로 미역이 덜 팔린다고 한다. 미역 음식도 아주 다양하고 맛있는 종류가 많지만 시중의 조리법은 단순하다. 미역줄기를 된장에 박았다가 조리하면 기막힌데, 동해 어촌이나 가야 나오는 음식이다.

바다도 살리고 미각도 돋우는 해조요리에 요리사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바다는 아직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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