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요양보호사가 근무 과정에서 겪은 성추행과 폭언 등으로 발현한 우울증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2019년 서사원이 문을 연 후 감정노동 등에 따른 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사원 노조 측은 공공돌봄을 위해 열악한 처우를 견디는 이들이 많지만 사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예산 삭감과 기관 폐지 논의에 휘둘려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25일 임시회에서 서사원 폐지와 관련 조례안을 논의한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사원 산하 돌봄센터 소속 40대 여성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해 8월 근무 중 서비스 이용자의 가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사건 전후로 이용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어 이 같은 사실을 센터에 보고했지만, 근무지 변경이나 심리상담 등 관련 조치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오히려 센터로부터 자신이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중년 여성 노동자는 성적인 문제에 민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측의 시선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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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는 성추행과 폭언·폭력 및 기관의 대처 미흡으로 인한 우울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중증의 불안 및 우울정서’가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산재 신청 후 6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의 사례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산재 승인 결과를 통보했다.
위원회는 A씨에 대해 “이용자 가족의 성추행 사건, 이용자의 폭언·폭행 등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건에 대한 기관 대응도 일부 미흡했던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 적었다.
노조 측은 노인요양서비스나 장애인 활동 지원을 하는 전문서비스 제공 직원 다수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을 겪지만, 서사원 폐지 논의 등으로 인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서울시가 공공돌봄 서비스 제공자인 노동자의 안전이나 이용자의 서비스 지속성은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 지부 김정남 사무국장은 “노조가 파악한 성추행 경험자만 세 명 정도이고, 현장에서는 더 많은 이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일터가 불안하면 공공돌봄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사원 측은 “올해 상반기 산업안전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안건을 논의했다”며 “A씨에게 바로 피드백을 줬으면 좋았겠지만, 해당 센터에서는 이용자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A씨 입장에서는 대처가 미흡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사원 대표이사는 현재 공석으로 서울시 복지기획관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5일 시의회의 서사원 폐지 조례안 논의와 관련해 기관의 정상운영을 바라고 있지만, 폐지 조례가 의결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의회는 공공성이 미흡하고 수익성도 낮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사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기존 12개 종합재가센터를 4개 권역별 모두돌봄센터와 1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으로 축소 개편한 상태다.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급 요양·활동지원사의 수는 2022년 271명, 2023년 249명에서 올해 213명으로 줄었다.
지난 2월에는 국민의힘 소속 강석주 서울시의원 등이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이 통과하면 서울시 지원은 오는 11월로 종료된다.
서울시는 서사원의 기능이 필요하다면서도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는 이번 임시회 기간 서울시 복지정책실 안건 처리 과정에서 서사원 폐지 조례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의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당일 안건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사원 폐지저지와공공돌봄확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24~25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폐지 조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25일 오전 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서사원 폐지 조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 고희진 기자 gojin@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