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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3)‘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진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매우 커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7년째 ‘꼴찌’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받는다. 두번째로 격차가 나는 일본에 비해서도 10%포인트 내외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데이터로 뜯어보고자 했다. 3회는 ‘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봤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여성은 얼마나 대표되고 있을까. 21대 국회의원 299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19.06%다. 국제의회연맹에 속한 세계 190개국 중 121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6위다.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직원도 여성은 35%에 불과하다.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계획을 세우고 ‘부처별 여성 관리직 임용 계획’을 받아 업무 평가에 반영하는 행정부에 비해 입법부는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특별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성대표성 사라진 국회…국회의원 절반, 고위 보좌직에 여성 안쓴다[플랫]

7일 국회 사무처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국회 보좌직원은 지난 2월 기준으로 남성 65.9%(1565명), 여성 34.1%(810명)이다.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은 더 없다. 보좌직원 중에 가장 높은 직급인 4·5급(4급 보좌관·5급 선임비서관)에 여성 보좌직원이 아예 없는 국회의원실이 133개(44%)에 달했다. 여성 보좌직원이 한 명도 없는 의원실도 3개다.

국회의원 보좌직원은 최대 9명이다. 보좌관(4급 상당)·선임비서관(5급 상당) 각 2명, 비서관(6·7·8·9급 상당) 각 1명 등 보좌직원 8명에 인턴 1명을 둘 수 있다. 보좌직원들은 급수가 높을수록 의사결정을 하고 급수가 낮을수록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대적 하위 직급인 비서관(6~9급)은 남성이 612명(51.1%), 여성은 584명(48.9%)으로 2.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좌관(4급), 선임비서관(5급)은 남성 953명(80.8%), 여성 226명(19.2%)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많다.

15년째 보좌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A선임비서관은 “성평등을 고민하는 의원들은 4~5급 중 한 명을 여성으로 쓰거나 4급 2명이 남성이면 5급 1명을 여성으로 채용하려 한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의원들이 많고 그것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보좌직원은 아래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인원이 늘어나는 피라미드형을 보인다. 4급 13.9%(82명), 5급 24.3%(144명), 6급 34.5%(103명), 7급 44.3%(134명), 8급 54.9%(166명), 9급 61.5%(181명)로 하위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비율이 커진다. 반면 남성은 4급 보좌관이 506명으로 가장 인원이 많고 5급이 447명으로 그다음으로 많다. 6급(195명), 7급(168명), 8급(136명), 9급(113명) 순으로 직급이 내려갈수록 인원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 비서·남성 보좌관’ 고정관념
업무 배정 때부터 차별로 작용

여성 국회의원은 여성 보좌직원을 많이 채용했을까. 국회의원 성별로 구분해 살펴보니 여성 의원은 남성 보좌직원 259명(56.3%), 여성 보좌직원 201명(43.7%)을 채용해 12.6%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남성 의원의 경우 남성 보좌직원을 1306명(68.2%), 여성 보좌직원을 609명(31.8%)을 채용해 차이(36.4%포인트)가 더 컸다. 하지만 상위 직급(4~5급) 여성 보좌직원 비율은 여성 의원실에서도 낮았다. 5급 이상 여성 보좌직원이 없는 의원실은 여성 17개(29.8%), 남성 116개(47.9%)로 나타났다.

‘2023년도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기준’을 참고해 전체 보좌직원 성별임금격차를 계산해봤다. 개인별 근속연수 데이터를 알 수 없어 월정급여로만 계산한 성별임금격차는 21%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속연수와 가족수당을 고려하지 않은 격차는 ‘가장 최소의 임금격차’인데 21%라는 수치는 작지 않은 격차”라며 “국회의원실 보좌직은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균질하고 같은 직급 사이에는 임금 격차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인데, 이런 격차가 나온다는 것은 고위 직급에 남성이 많고 하위 직급에 여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대표성 사라진 국회…국회의원 절반, 고위 보좌직에 여성 안쓴다[플랫]

업무 배정부터 성별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행정 업무를 맡는 9급이나 인턴의 경우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국회에서 일했던 30대 여성인 B선임비서관은 ‘행정 비서’냐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다. 그는 “사람들 인식 속에 여성은 비서, 남성은 보좌관이라는 인식이 여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남성에게도 작동한다. B선임비서관은 “보통 남성 비서관들은 운전을 시킬 수 있고 아무데나 보내도 돼서 뽑는데, 운전을 못한다고 남성 비서관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보좌직원들의 승진은 국회의원이나 4급 보좌관의 의중이 강하게 작동하는 구조다. A선임비서관은 “6급으로 일할 때 인턴으로 입사했던 남성이 있었는데 현재 보좌관이 됐다”며 “국회의원도, 4급 보좌관도 대부분 남성이다보니 채용과 승진에서 그들의 성향과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12년차 C보좌관은 “남성들은 종종 발탁 인사가 있지만 여성들은 차근차근 올라와야 하고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남성들은 종종 발탁 인사 있지만
여성들은 ‘네트워크 효과’서 소외
“여성 비례대표처럼 할당” 제안도

남성들은 국회에서 청와대나 기업의 대관 업무직으로 옮겼다 다시 국회로 돌아오며 경력을 쌓아가지만 그 ‘경로’가 여성들에겐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A선임비서관은 “국회, 기업, 청와대 모두 남성들이 많아 여성 보좌직들이 남성들의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의원이 20%를 넘지 못하지만 국회의원 여성 할당제를 얘기하면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따라온다. A선임비서관은 “남성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면서 여성 의원들이 ‘여성에게 한 석 더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언제까지 해먹으려고 하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여성 보좌직원으로서 여성 의원들이 오래 정치를 하고 자리를 늘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5급 이상 여성 보좌직원이 없는 국회의원실 현황

5급 이상 여성 보좌직원이 없는 국회의원실 현황

정당법은 비례대표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이 법을 위반해도 처벌 조항은 없다. 선거 때마다 여성 공천 30% 이상을 외쳐도 실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5월 정치 영역의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해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에게 공천시 여성 비율을 늘리는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및 당헌 당규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 21대 국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안건에는 여성대표성 확대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중요성만큼 보좌직원 성별 다양성에도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젠더 이슈를 회피하는 이유가 이러한 성비 불균형에 있다”며 “국회 보좌직원은 국회의원의 싱크탱크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데 전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남녀 동수가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12년차 C보좌관은 “여성 비례대표 할당처럼 여성 보좌직원도 할당 정치가 필요하다”며 “국회의원별로 의원실 채용을 성별 공시하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임아영(소통·젠더데스크) 황경상·배문규·이수민·박채움(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조형국(사회부) 이아름·유선희(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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