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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여성가족부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여성가족부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년 대선 공약으로 공식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당사자인 여가부와 여성계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평등 증진이라는 목표 속에서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20~30대 남성들의 ‘백래시(반발)’ 표심에 편승하는 차원에서 나온 움직임이라는 진단이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던 중 “저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위해 항상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 차관은 여가부의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제도를 거론하면서 “이런 분들이 우리 여가부가 없다면 어디에서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느냐.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책효과가 부족하다는 것과, 그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기구가 없어져야 된다고 하는 것은 별개다. 저희가 더 노력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여성가족부가 전담하는 것이 맞느냐, 권한이 더 강한 기구를 통해 다양한 부처 정책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맞느냐 등 정부기관 구조 개편 문제는 여성계 내에서도 고민해온 쟁점이다. 낮은 위상과 적은 예산이라는 한계는 차치하더라도, 여가부가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을 펴지 못했다는 지적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가부 업무는 성폭력·다문화·청소년·한부모 가정·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포괄한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데 지금 논의는 성평등 정책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여가부는 (여성 뿐 아니라) 청소년 정책도 담당하지만 그런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의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 “백래시가 체계화된다는 느낌”이라며 “성폭력, 노동시장에서의 채용 차별, 출산·육아 등 여성이슈가 굉장히 많고 코로나19 때문에 여성이 더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는 반여성적”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유 의원이 여가부 폐지 대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위원회 무용론도 있고, 상시적인 업무를 위원회 방식으로 하기는 어렵다”며 “여성정책을 버리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여가부 폐지는 성평등에 대한 백래시의 일종으로 오래 전부터 나온 주장인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방식으로 논의된다면 문제”라며 “성평등을 증진하는 방향의 부처 개편은 모르겠지만, 이미 성평등이 이뤄져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차원에서의 논의라면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논평을 내고 “여가부와 여가부 장관에게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이 했던 각종 비위와 잘못된 관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질 낮은 꼼수”라며 “성평등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라고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사회적·국가적 사명감과 분열에 따른 위기의식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앞서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며 여가부 폐지론을 규탄했다.


이혜리 기자 lhr@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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