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우리도 살기 힘든데 받나” 항의 빗발…이주민들 사라진다면 괜찮을까요?

배문규·김원진·최민지·이두리 기자

[취재 후기]‘5%의 한국’ 기획 기사에 독자들이 달아주신 댓글에 기자들이 답했습니다.

 “국민이랑 외국인이랑 똑같이 혜택받는 게 말이 되냐.”
 “다문화는 분열과 갈등을 부른다. 토종 한국인이 차별받고 있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는 어디일까요. 3회 ‘보호받지 못하는 몸’은 건강보험 이주민 차별이라는 건강권 문제를 통해 시민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건강보험제도는 ‘기여에 따른 수급 원칙’과 ‘사회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국적으로 차별할 근거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수천억원 흑자입니다. 국민 정서는 반감이 심합니다. 직장가입자들이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외부자’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가 심화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연대의 원칙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한국사회 약자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요. 보험료 고액 납입자들의 이탈은 어떤 논리로 막을 수 있을까요. 이주민이 한국사회의 말단을 지탱하고 있으며, 이들이 아프거나 사라지면 한국에도 피해로 돌아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다문화 교육은 오히려 내국인을 향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5회 ‘다문화라는 낙인’에선 청소년기에 접어든 다문화 교육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학교 현장에선 국적에 상관없이 친구로 어울리고 있으며, ‘다문화 학생’으로 낙인찍는 것은 한국사회라는 차별적 현실만 확인했습니다. 이주민 배제의 이유로 서구의 사회통합 실패 사례를 들곤 합니다. 나쁜 선례가 있으니 더욱 포용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기사마다 달린 부정적인 댓글을 보며 이주민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혐오 속에도 피어난 환대의 댓글들을 보며 함민복 시인의 시를 떠올렸습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일시켜주는데 말이 많네? 관두고 돌아가면 되는 거 아냐?”
 “이주민에게 일자리 뺏긴 자국민부터 신경써주세요.”

‘무호흡 전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주민은 사회적 관계를 최소화하며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비숙련 취업비자는 체류 기간을 제한합니다. 새로운 관계 맺기에 쏟을 여력이 없습니다. 여가를 즐길 시간도 부족합니다. 말 그대로 숨죽인 채 살아가는 것이지요. 충북 음성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취재(6회 ‘샐러드볼의 도시에서’)해보니, 이주민들은 무호흡 전략을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할 수 있는 게 “기숙사 주변 국도를 걷는 게 전부”일 만큼, 이주민은 주로 외진 곳에서 일합니다. 주 6일, 하루 12시간 넘게 근무하며 돈을 모읍니다. 몸이 피곤하니 하루 쉴 때면 잠을 보충합니다. 버티지 못하면 돌연 숨지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2회 ‘낯선 죽음 낯선 땅’에서 이주민의 돌연사에 주목했던 이유입니다. 이주민의 삶은 들여다보지 않고, 내국인의 ‘일자리 빼앗아가는 이들을 신경쓰지 말라’는 주장이 댓글에 빠짐없이 나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거나 “숙련을 쌓은 이주민의 체류기간을 더 길게 보장해줬으면 한다”는 호소뿐이이었습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힘든 일 안 하려 한다”며 화살을 청년들에게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20~30대가 특정 일자리를 기피하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도심과 떨어진 지리적 여건 등 한계는 있지만,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처럼 구직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주민의 일터를 외면하면, 결국 어떤 산업 생태계는 퇴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주민의 혹사로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그자리에 머물려고 할 테니까요.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그렇게 좋으면 너네 집에서 몇 명 데리고 살아라.”
 “저것(이주민)들 얼마나 꿀 빨고 있는데.”

1회 ‘서바이벌 비자게임’이 나간 이후 항의성 댓글과 메일을 꽤 받았습니다. 저마다 다른 내용의 항의들을 한 줄로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살기 힘든데 (이주민을) 다 받자는 거냐?”
 체류자격에 불안해하는 이주민들의 고충과 그 배경을 짚은 기사이니, 독자들이 아주 곡해했다고 말하긴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다 받아들이자’는 게 기사의 요지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지난 겨울 내내 체류자격과 관련 정책에 대해 취재하면서 저도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어떤 이주민이, 얼마나 많이 한국에 오는 것이 맞는지 속시원하게 밝히기엔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이주민의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점만은 분명합니다. 이주의 시대, 사람의 이동과 그들 삶의 변화를 비자·체류자격 체계란 도구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요. 이런 현실을 외면하기보다 미뤄온 논의를 이제라도 시작하는 편이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6회 ‘샐러드볼의 도시에서’를 통해서는 이주민 비율 전국 1위인 충북 음성군의 속살을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겨우 일주일 본 모습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요. 적어도 제 눈에 비친 현재 상황은 ‘장밋빛’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음성에는 다양성도, 동화도,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적 삶’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샐러드볼 사회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뭉근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 뒤 음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언젠가 다시 음성을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법무부 뭐하냐? 이주여성들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별짓 다한다.”
 “한국 사는 게 힘들다면서 왜 가족, 친척들까지 데려오는 거냐?”

‘돌봄 사슬’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셨네요. 법무부는 결혼이민자가 임신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본국 가족을 초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초청 서류에는 “피초청인이 입국하면 가정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를 써야 합니다. 이들은 철저히 결혼이민자의 가사노동을 돕기 위해서 한국에 오는 것이죠.
 지면이 부족해 4회 ‘돌봄 돌려막기’에 미처 쓰지 못했는데, 원래 결혼이민자는 본국의 ‘여성 가족’ 만 초청할 수 있다는 성별 제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아이를 봐주는 것이 통상적으로 여성의 역할이라고 봤기 때문에 여성으로 한정했었다”고 했습니다. 이 조항은 지난해 3월 재판부로부터 “여성만이 국내에 체류가 가능하다는 규정은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강화하는 것”이라며 ‘성차별 시정 판결’을 받았고, 작년 12월이 돼서야 삭제됐습니다. 작년 기준 ‘결혼이민자 부모 등 가족(F-1-5)’ 비자 소지자는 여성이 1만8693명으로, 9052명인 남성보다 2배 많습니다. 결혼이민자의 80%는 여성입니다. 한국의 ‘가정’을 지탱하기 위한 여성들의 이주가 사슬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한국에 온 이주여성은 과중한 가사노동을 감당해야 하고, 이를 덜기 위해 본국의 여성 가족을 불러들입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할까요? 왜 가족들까지 줄줄이 이주해 한국의 가사노동을 수행해야 할까요? 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도움주신 분들 (가나다순 정리)
갈랑 존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선교사, 강성식 공존 변호사, 경기도교육청 방희중 장학관·강희숙 장학사·최효경 장학사,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장, 국가인권위원회 임선영 이주인권팀장·박혜경 조사관,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 권영실 동천 변호사, 김기언 김해시가족센터 사무국장, 김기태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미선 희망의친구들 상임이사,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김선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정책연구센터장, 김연홍 한국행정학회 이사, 김예진 이민법센터 변호사, 김유휘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원,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소장, 김진영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 김철효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김호철 익산성요셉노동자의집 사무국장, 남상호 양지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팀장, 니감시리 스리준 통번역가, 니하트 칼릴자데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 도한나 재한몽골인노동자협회장,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 박동찬 이주인권활동가, 박현진 의정부엑소더스 활동가, 손인서 아세안문제연구소 연구원,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 서울시교육청 권미숙 장학관·이준구 장학사, 석원정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장, 설동주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장, 신혜영 투소프카 센터장, 오정은 한성대 국제이주협력학과 교수, 왕유쉔 이주인권강사,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장,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은수연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 음성외국인도움센터,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이민정책연구원 최서리 연구위원·김도원 부연구위원·박민정 부연구위원, 이보은 웅상노동인권연대 활동가, 이상우 보산초 교사,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섹알 마문 부위원장, 이주민과함께 정지숙 상임이사·이석환 팀장, 이소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변호사, 이지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팀장, 이진혜 이주민센터친구 변호사, 이한재 두루 변호사,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임미은 선일중 교사, 장류보위 이주민노동인권센터 부장, 전향표 조은사람간병인협회 대표, 정기선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정동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 정해명 상상 노무사, 천윤미 음성노동인권센터 홍보차장,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태국인신매매방지연맹 AAT, 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허혜경 다솜관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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