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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남성은 생계 부양, 여성은 자녀 양육’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과거보다 완화됐지만, 가사·돌봄 병행의 어려움은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내용의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성평등 실태조사는 양성평등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에 대해 “지난 5년간 양성평등 인식과 수준이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이 2016년 42.1%에서 지난해 29.9%로 12.2%포인트 감소했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은 53.8%에서 17.4%로 36.4%포인트 줄었다.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새 정부에 바란다’ 기자회견에서 성평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새 정부에 바란다’ 기자회견에서 성평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직업군인, 경찰과 같이 남성이 다수 종사하는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6년 44.7%에서 지난해 18.3%로 줄었다. ‘아내의 소득이 남편 소득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은 각각 45.1%, 30.8%에서 30.4%, 23.5%로 떨어졌다. 가족 내 역할 분담이나 성별에 따른 직업 분리 고정관념, 여성의 지위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것이다.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느 성별에 불평등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남녀 평등하다’는 답변이 남녀 응답자를 합쳐 34.7%로 5년 전에 비해 13.7%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65.4%, 남성의 경우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사·돌봄 부담은 남성보다 여성에 더 강하게 지워져있었다. ‘여성은 독립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 비율은 79.1%에서 86.9%로 7.8%포인트 증가했는데, ‘남성도 다른 사람 도움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 비율은 82.0%에서 82.8%로 0.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새로운 역할은 수용하지만 기존에 여성에게 부여됐던 가사·돌봄 책임을 분담한다는 의지는 덜한 것이다.

가사·돌봄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답변이 68.9%였고, 이는 맞벌이 가정도 마찬가지였다. ‘숙제 또는 공부지도’, ‘등하교 동행’ 등 돌봄 관련 모든 활동에서 여성은 ‘자주 또는 매우 자주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남성은 모든 항목에서 ‘때때로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가사·돌봄 병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여성은 41.7%가 어려움이 있다고 한 반면 남성은 30.2%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플랫]서울 맞벌이 부부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 남성의 3배 넘어


하루 시간 활용을 따져봤을 때 일하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2.4시간 길었지만 가사 시간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6시간, 돌봄 시간은 0.8시간 길었다. 돌봄 시간의 경우 30대에서 여성은 3.5시간, 남성은 1.0시간으로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시간은 남성이 0.7시간, 여성이 1.4시간으로 여성이 2배 길었다. 특히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의 돌봄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여성은 3.7시간으로 3배 이상을 돌봄 노동에 사용하고 있었다.

여성 폭력의 심각성은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실태조사 결과 확인됐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5.7%로 2016년(82.1%)에 비해 상승했다. 여성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여성 폭력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5% 안팎에 달했다. 다만 남성의 경우 청소년과 20대는 여성 폭력이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이 70% 아래로 떨어졌고, 40대 이상은 80%를 넘겨 연령대별 차이가 있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로는 ‘여성의 경력단절(28.4%)’이 꼽혔다. 이어 ‘고용상 성차별(27.7%)’, ‘여성에 대한 폭력(14.4%)’, ‘남성에 대한 돌봄 참여(12.5%)’ 순이었다. ‘온라인 성별 혐오와 공격’, ‘여성의 성적 대상화’, ‘학교 교육에서의 성별 고정관념’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9~10월 전국 4490개 가구의 15세 이상 시민 8358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을 통한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혜리 기자 lhr@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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