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으면 되살아나는 식재료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오늘은 아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돼지 등심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차례로 입혀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제 연한 된장국을 만들 차례입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보관된 채소의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쓰고 남은 것을 보관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대비책은 있습니다. 동결건조된 채소를 따로 보관해 두고 있으니까요.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동결건조란 수분을 함유한 식재료를 얼린 후 건조하는 가공법을 말합니다. 원래는 혈액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으로 1930년대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식품산업에서도 응용된 것입니다. 건조 식품은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지연되어 보관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결건조는 여기에 더해 원상 회복력 또한 우수합니다. 물이 첨가되면 식재료 본연의 색과 향, 그리고 식감을 꽤 만족스러울 정도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야 당연히 증발하지만, 얼음과 같은 고체도 증발할까요? 고체가 증발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포장할 때 넣어주는 드라이아이스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얼려 고체로 만든 드라이아이스는 상온에서도 아주 쉽게 증발합니다. 이처럼 고체가 바로 기체로 되는 현상을 ‘승화’라 합니다.

얼음 또한 승화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대부분 동결건조는 진공상태에서 진행합니다. 공기가 부족한 진공에서는 수분의 증발이 빨라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건조된 채소, 분말로 가공된 수프나 과일주스, 큐브 형태의 육수 제품 등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에 반해 자연방식의 동결건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강원도 특산물인 황태는 명태를 20회 정도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만든다고 합니다.

동결건조된 식재료의 원상 회복력이 좋은 이유는 첫째, 저온에서 냉동한 후 하루 이상 천천히 건조함으로써 맛과 영양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뜨거운 열풍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건조방식에 비해서는 식재료에 부담을 덜 주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식재료의 조직이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식재료의 대부분은 수분인데, 이 수분이 고체상태가 되더라도 식재료의 조직구조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후 얼음이 승화하면서 제거되면 수분이 거의 없으면서도 조직구조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가 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스펀지와 비슷합니다. 스펀지가 그러하듯 동결건조된 식재료 또한 물을 만나면 이를 빠르게 흡수하여 건조 전 원래 상태로 회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팽창하는데, 이로 인해 식재료의 세포조직이 파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결건조는 영하 40도 정도로 급속냉동 후 진행합니다. 어는 속도가 빠를수록 얼음 결정의 부피가 더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된장국에서 서서히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채소를 보니 왠지 과학자로서 뿌듯해집니다. 과학 덕분에 이 무더운 날씨에 채소를 사러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