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댓글’ 해법, 플랫폼이 찾아라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댓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다양하다. ‘드루킹’ 사건 이후 댓글은 조작이 가능하니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여론의 지표가 된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최근 들어서는 댓글의 공격적인 특성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성 중심으로 구성된 콘텐츠의 댓글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발화를 하는 창작자의 개인 계정이나 작품란 등에 ‘좌표찍기’의 형태로 다수의 이용자가 창작자를 공격하는 댓글을 게시하여 창작자의 표현을 위축시키려 하면서 자신의 공격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포털 뉴스에서 연예·스포츠면의 댓글을 금지한 것처럼, 공격적 댓글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공 플랫폼의 댓글난 자체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역시 하나의 대안이겠으나,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댓글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창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능한다면, 댓글난을 통해 창작자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즐기면서 지식과 정보를 얻는 팬들과 공감하는 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개인이 모욕, 혐오차별 발화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시민성 교육 등이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책임 역시 중요한데, 공격적 발화를 가능하게 하는 특성이 플랫폼에 의해 유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플랫폼이 상업적 이득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부정적 발화를 자극하고 유통하는 것을 통해 상업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것은 최근 페이스북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혐오, 차별을 담은 내용이 중요 콘텐츠로 노출되고, 이에 관련된 댓글과 공유가 활성화되어 페이스북 자체의 이익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분노, 공포,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많이 공유되는 경향이 있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부정적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광고 이익에 침해되지 않도록 문제적 게시물을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댓글이 부정적 감정을 확산하는 것은 웹툰과 웹소설 등 온라인 콘텐츠 댓글난을 보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댓글난의 댓글은 특정한 정서에 동조하는 흐름에 따라 게시된다. 주목 경쟁이 일어나기 쉬운 온라인 환경에서는 비하와 모욕이 주목을 받고 아무런 제재 없이 지속적으로 게시되는 흐름이 발생하면서 반응이 점점 격화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 창작자가 이러한 공격적 댓글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에서 댓글의 문제를 규제나 모니터링 영역으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랫폼이 제공하는 댓글난에 게시되는 댓글은 구조상 작가에 대한 직접적 공격의 의미를 가지며, 창작자의 평판을 깎으면서 향후 창작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이를 아는 이용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은 물론 창작자의 과거 작품란에까지 공격적 댓글을 게시하려고 한다.

이처럼 창작자를 직접 향하는 공격을 막기 위해 댓글을 바로 창작자에게 노출하지 않도록 감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댓글에 대한 적극적 자율 규제 조치 등이 제안되어 왔다. 댓글은 이미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저격’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모욕적 발화에 창작자가 제한없이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고 이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 댓글들을 ‘악플’이라는 추상적 범주로 다루면서 책임을 이용자에게 미루기보다는, 플랫폼은 창작자의 보호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고안할 책임이 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