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열풍의 그늘…SNS는 어떻게 취향을 만드나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포켓몬빵은 여전히 구하기 어려웠다. 동네 편의점을 3군데나 돌았는데 구매에 실패했다. 구글 트렌드 통계를 너무 믿었나보다. 이 빵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4월9일에 가장 높았다. 이날 검색량을 100으로 봤을 때, 5월15일 현재 검색량은 33에 그쳤다. 포켓몬빵은 지난 2월 20여년 만에 재출시된 뒤, 매일 아침 이 빵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아침마다 대형마트에서 ‘오픈런’을 한다는 기사가 계속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인기에 대한 분석은 두 갈래다. 포켓몬이라는 일본 애니를 어릴 때 즐겨봤던 30대 전후의 청년층(MZ세대)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팍팍해진 현실을 추억으로 힐링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또 레트로한 감성과 띠띠부씰로 불리는 포켓몬 스티커 등이 소비의 재미를 준다는 해석도 있다. 사회학적·심리학적 분석과 별개로, 이 빵의 인기는 SNS에서의 노출 증가로 잘 설명된다. 구글 트렌드에서 올해 초부터 5월18일 현재까지 포켓몬빵에 견줘 맥도날드의 검색량은 포켓몬빵의 20% 수준에 그쳤다. 스타벅스도 50%대다.

젊은 세대들은 SNS를 통해 동질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려 한다. 이 인증 과정을 통과하면 고유의 가치와 상관없이 상품이나 장소가 오프라인에서 꼭 경험해야 할 열광의 대상이 된다. 포켓몬빵 연관어 가운데 ‘득템’이 있는 이유다. 이런 소비패턴은 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과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구분짓기와도 전혀 다르다.

음식은 SNS에서 가장 많이 포스팅되는 주제다. 그래서 SNS에서 뜨거운 이슈를 몰고다닌다. 식상한 냉면이나 떡볶이 원조 논쟁이 세계평화·기후위기보다 잊을 만하면 SNS를 달구는 이유다. SNS 노출이 가져온 익숙함은 호감을 키우고 이 호감은 취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출이 마냥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SNS에 몰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갈망해서다. 하지만 갈망이 꼭 쾌감으로 보상되지 않는다. 미 미시간대 켄트 베리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뇌의 쾌감 보상 시스템이 의외로 빈약해 욕구 충족은 쾌감보다 싫증으로 더 빠르게 이어졌다. 대중들이 새로운 취향의 한가운데로 가려는 욕구만큼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반작용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포켓몬빵에 대한 호감도는 생각만큼 높지만은 않다. 빅데이터 기업인 썸트렌드의 최근 분석을 보면 이 빵과 가장 많은 연관어는 부정의 ‘관심 없다’였다. ‘먹고 싶다’는 긍정 연관어의 3.3배였다.

남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SNS의 쓰나미는 음식에 대한 개인의 취향을 해변의 모래성처럼 쉽게 부술 수 있다. 그렇지만 SNS에서 증폭된 남과 같고 싶다는 욕망의 크기만큼 공허함도 크다. 그럴수록 높은 파도를 견디는 나만의 음식 취향은 여전히 요긴하다. SNS시대 나만의 음식취향을 가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남들을 따라서 SNS의 유행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그 대상을 누구와 어떻게 차근차근 지속적으로 즐길지를 고민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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