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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을 깬 민주당의 중간선거 선거 결과를 두고 임신중단권 이슈와 여성의 투표 참여를 이유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연설에서 “(선거일이었던) 화요일은 미국에 좋은 날이었고, 민주주의에 좋은 날이었다. 민주당엔 강력한 밤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임신중단 권리 보장 주민투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여성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버몬트에서도 같은 주민투표가 치러졌으며,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이 세 주에서는 임신중단 권리가 법으로 성문화된다. 디트로이트 | AP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임신중단 권리 보장 주민투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여성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버몬트에서도 같은 주민투표가 치러졌으며,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이 세 주에서는 임신중단 권리가 법으로 성문화된다. 디트로이트 | AP연합뉴스

바이든 “중간선거, 미국 여성들의 힘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미국 여성들은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 모두가 임신중단 금지론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며 “임신중단권 박탈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에서 여성의 힘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제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중간선거 이후 처음으로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소회를 밝혔다.

2022년 11월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2년 11월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 전 상당수 정치분석가와 언론 매체들은 ‘레드 웨이브(공화당 바람)’ 또는 ‘레드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화당이 하원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고 상원 승부는 무승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레드 웨이브는 왜 해안에 닿지 못했을까.

9일 미국 주요 언론에는 공화당의 대승을 예상했던 정치 칼럼니스트들의 반성문이 줄줄이 게재됐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은 “공화당이 대승할 것이란 내 예측이 폭망하면서 오늘 까마귀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고 썼다. 영어에서는 ‘까마귀를 먹다’라는 표현이 ‘굴욕을 맛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도 “우파 그리고 우파에 경도된 정치 분석가들에게 겁먹었음을 시인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컸던 임신중단 이슈의 파괴력

사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크게 이길 것이란 예상은 당연해 보였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 불리는 데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등 경제 상황도 나빴다. 모두 공화당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추이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놓쳤던 것일까. 먼저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기 판결로 촉발된 임신중단 이슈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임신중단 권리를 선거 주요 쟁점으로 부각했는데 여성과 젊은층 유권자를 결집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여성의 57%가 승리한 존 페터먼 민주당 후보를, 43%가 패배한 메메토 오즈 공화당 후보를 찍었다. 페터먼 후보에 대한 여성의 지지율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뜻이다. 임신중단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공화당 바람을 잠재우는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를 하면서 자신의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는데 이 때문에 경제에 쏠렸던 유권자들의 관심을 흐트러트렸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격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씌움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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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선거결과는 다음 달 6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상원은 50대 50 동수를 이루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가 돼 민주당이 다수당을 구성한다.

임신중단권 제한 주민투표도 대부분 부결

미국 일부 주들은 8일(현지시간) 열린 중간선거에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보장 또는 제한에 관한 주민투표도 함께 실시했다.

개표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캘리포이나와 미시간, 버몬트 등 3개 주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주 헌법에 명시키로 했다. 임신중단 권리를 제약하려는 안건은 대부분 부결됐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임신중단 허용 여부가 각 주의 권한으로 넘어오자 미국 전역에서는 임신중단 관련 주민투표 제안이 쏟아졌다. 임신중단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단체와 임신중단 권리 제한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각각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가 11월 8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의 몸, 나의 선택’ 이라는 메세지가 써진 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가 11월 8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에서 ‘나의 몸, 나의 선택’ 이라는 메세지가 써진 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버몬트, 켄터키, 몬태나 등에서 임신중단 및 생식권 관련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 헌법에 임신중단, 피임을 포함한 생식에 관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안건이 9일 오전 5시 현재 38%가 개표된 상황에서 찬성 65.3%, 반대 34.7%를 기록 중이다. 버몬트는 주 헌법에 생식에 관한 자율성을 권리로 명시하는 안건이 95% 개표된 상황에서 찬성 77.5%로 반대 22.5%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미시간은 주 헌법에 임신중단과 피임을 포함해 임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개인이 결정할 사안으로 명시하는 방안이 81% 개표 상황에서 찬성 55.5%, 반대 44.5%를 기록했다.

켄터키에서는 주 헌법에 여성에게 임신중단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자는 안건이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86%가 개표된 상황에서 반대가 52.6%, 찬성이 47.4%를 기록 중이다.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제한에 반대하는 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몬태나에서는 임신 주 수에 상관없이 임신중단 시도 중 산 채로 태어난 아기를 의료진이 살리려고 조치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률을 시행하자는 안건이 투표에 부쳐졌는데 73%가 개표된 상황에서 반대가 52.7%, 찬성이 47.3%였다.

앞서 캔자스주에서도 지난 8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주 헌법에서 삭제하자는 안건이 주민투표에서 찬성 41.2%, 반대 58.8%로 부결된 바 있다. 캔자스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공화당 우세 지역임에도 임신중단 권리를 제한하려는 진영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선거 결과는 임신중단 권리 보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 이후 거둔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임신중단 권리에 관한 유권자들의 이같은 태도는 중간선거 결과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의식해 임신중단 허용 여부는 주 차원의 권한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연방의회 권력을 잡으면 임신중단 권리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시킬 것이라면서 투표를 독려해 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han.kr

김재중 기자 hermes@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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