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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하원이 여성살해(페미사이드) 미수범에 최대 40년 징역형을 내리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여성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며 여성살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의회가 처벌 강화에 나선 것이다.

멕시코 일간 엘노르테는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하원이 이 같은 형법 개정안을 의원 대다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여성살해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실제 여성살해 형량의 절반 이상, 최고 3분의 2까지의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여성살해 범죄 시도부터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여성살해 미수범은 30년에서 최고 40년형까지 받게 된다. 현행 멕시코 형법에서 여성살해 최고 형량은 징역 60년이다.

이달 초 멕시코 몬테레이 누에보레온주에서 실종된  데바니 에스코바르가 실종 13일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후 시민들이 ‘여성살해’(페미사이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멕시코 몬테레이 누에보레온주에서 실종된 데바니 에스코바르가 실종 13일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후 시민들이 ‘여성살해’(페미사이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은 이달 초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에서 실종됐던 데바니 에스코바르(18)가 13일 만에 인근 모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에스코바르는 지난 8일 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다 돌연 택시에서 내려 고속도로 갓길에 혼자 남겨진 후 실종됐다.

에스코바르의 유족은 수사당국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택시기사가 에스코바르를 성추행하려 하자 딸이 견디지 못하고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에보레온주 검사는 그가 실종 직후 둔기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에스코바르 아버지는 “내 딸은 당국의 무능함과 성추행범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사당국은 현재까지 택시기사를 포함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멕시코시티 중심가에서는 끔찍한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당국의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법 심판 강화를 요구하는 시가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수사당국이 문제의 모텔을 4차례나 수색했지만 모텔 직원들이 신고하기 전까지 에스코바르를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4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여성실종과 살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멕시코에서 여성살해와 실종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숨진 채 발견된 18세 여성 데바니 에스코바르 사건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4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여성실종과 살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멕시코에서 여성살해와 실종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숨진 채 발견된 18세 여성 데바니 에스코바르 사건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EPA연합뉴스

멕시코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살해나 가정폭력 살해 등 ‘페미사이드’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페미사이드 사건은 더욱 늘어 2020년 977명, 2021년에는 1015명의 여성이 살해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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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실종은 더 심각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멕시코 전역에서 여성 2만4000명 이상이 실종됐으며 지난해에는 약 2800명이 실종됐다. 이는 2017년에 비해 약 40% 증가한 것이다.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멕시코에서는 올해 들어 하루 7명꼴로 실종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성 실종 증가가 멕시코에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조직적인 성매매 증가와 여성들을 집으로부터 도망치게 하는 가정폭력 비율과 관련이 높다고 말한다.

누에보레온주 검찰이 에스코바르 실종 이후 드론과 탐지견 등을 동원한 대규모 수색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른 실종 여성 5명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멕시코 당국의 여성살해·실종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그 결과 절망적인 가족들은 실종된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색과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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