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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4·10 총선 강북을 후보로 결정된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다수의 성폭력 가해자 변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조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제 각오가) 국민께서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며 “더 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이어 “짧은 시간 유례없는 압도적 지지로 성원해 주셨던 당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 달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의 사퇴는 지난 19일 박 의원과의 경선을 통해 후보로 확정된 지 사흘 만이다.

조 변호사는 경선에서 박 의원을 이긴 뒤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전력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 ‘일파만파’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공천받은 조수진 후보가 다수의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시민단체와 정당이 공천 취소 촉구 성명을 연이어 냈다. 조 후보가 사무처장을 지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도 비판에 나섰다.

민변의 한 회원 변호사는 21일 기자와 통화하며 “(이 사실 보도 뒤에) 제가 만난 민변 회원들은 다 탈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50대 중년 남성의 보수 변호사들도 이렇게 변호하지 않는다”며 “이건 정도를 넘어도 너무 많이 넘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무상 범죄자들을 변호할 수는 있지만, 조 후보의 변호 이력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다 사회 공익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말이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조수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조수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성명도 이어졌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성폭행 피해 아동에 대해 법을 가장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자행한 조 변호사의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도 단체 62개, 개인 350명 이름으로 공천 취소 촉구 성명을 냈다. 이들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성범죄 피해자,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인격과 진술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성범죄자만을 철저하게 옹호해 온 조수진씨는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을 즉각 취소하라”고 했다.

여러 정당은 조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새로운미래는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는 민주당 공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검증 시스템에는 인권이나 성폭력에 대한 항목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 후보는 2021년 초등학생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체육관 원장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향신문이 확인한 2심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는 지속적인 성폭행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돼 성병까지 걸렸다. 변호인단은 피해자의 성병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진 다음 이를 은폐하려고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아동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산부인과 의사의 소견 등을 근거로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조 후보는 2019년 동아리 후배인 10대 소녀를 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의 변호도 담당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조 후보 등 변호인단은 “술에 취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피해자가 당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술에서 깨어나 곧바로 상황을 인식하고 신고했다는 점 등을 인정해 전원일치로 유죄로 판단했고 재판부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초등학생 피해자를 대리했던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공천 과정에서) 여성 가점이 생긴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가해자 측 주장을 변호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된다는 것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여성계의 시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천 번복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 박은경 기자 yama@khan.kr 유선희 기자 yu@khan.kr · 전현진 기자 jjin23@khan.kr · 강은 기자 ee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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