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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의 촉박한 시간을 가지고 특검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예람이한테는 부족합니다. (중략) 특검 마무리에 즈음해서 나는 이제 시작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군20전투비행단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13일 오후 4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 추모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어머니가 기자간담회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어머니가 기자간담회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미영 특검팀은 직속 상관의 성폭력과 2차 가해, 군검사의 부실수사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라고 결론내리고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52) 등 8명을 기소했다.

이 중사의 부모와 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대해 “전익수 실장이 기소되고 이 중사가 겪었던 2차 피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점은 주요한 성과”라면서도 “군 부실 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유가족은 군 경찰과 검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 수사로 끝난 탓에 가해자들이 증거를 인멸해 특검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주완씨는 “3분의 2라는 시간 동안 (군이) 증거를 인멸해 (특검팀이) 너무 애를 썼다”고 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안 특검님이 우리 아이를 많이 생각하셨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꽃다운 23살의 나이를 이야기하실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이 100% 만족하는 결과는 사실 아니다”라며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100일 동안 수고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고 은혜 잊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어 “다시 시작이다. 끝이 어떻게 갈 지는 모르지만 우리 아이가 있어야 할 곳에 보내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특검팀의 기소 규모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예람이에게 상당히 중한 해를 끼친 사람도 (기소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인물 가운데 하나로 A 국선변호사를 언급하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이 중사 사망 전후로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이어진 이유를 규명하지 못한 점, 사건 은폐 시도로 기소된 사람이 공보장교 한 명인 점,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점 등은 “중대한 한계”이자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국방부 장관에게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전익수 실장을 언급하며 즉시 징계 절차에 착수해 중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중사 장례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씨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조사 요구 등 추가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안미영 특검 수사 결과 발표 보니
“빨간 줄 그으면 가해자 취업도 못해”
“이 중사 이상한 사람… 무고하려 해”
이 중사 벼랑 끝으로 내몬 군인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13일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성폭력 피해와 그 이후 군 내부에서 발생한 2차 가해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했고, 군 내부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이 퍼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공군 윗선이 사건 은폐와 2차 가해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2일 선임 장모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지난해 5월18일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뒤인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그가 생전에 남긴 글과 행동 분석, 유족·지인들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 부검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 이후 ‘자살 위험’을 드러내며 급격하게 고위험군이 됐고, 15비행단 전입 후 2차 가해를 당해 증상이 악화됐다고 했다. 특검은 “이 중사가 직장에서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고, 오히려 회유와 명예훼손 등 2차 가해가 이뤄져 심리적 외상이 확대됐다”며 “새로운 부대로 전입하면서 심리적 치유를 기대했지만 냉담한 대우를 받자 좌절감·무력감이 극대화돼 극단적 선택까지 이른 것”이라고 했다.

특검에 따르면, 20비행단 김모 대대장(44)은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겼는데도 불구하고 분리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또 이 중사에게 ‘사건을 덮자’고 회유하고 은폐 시도한 이들을 알고 있었는데도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중사가 옮겨간 15비행단에서 질책성 지도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특검은 그 배경에도 20비행단이 있었다고 봤다. 특검은 20비행단 김모 중대장(29)이 15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20비행단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고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성폭력 가해자인 장모 중사(25)는 다른 군인들에게 자신이 성추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억울하게 고소를 당한 것처럼 말했다. 특검은 이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 과정도 문제였다. 이 중사 성폭력 사건을 수사한 20비행단의 박모 군 검사(29)는 이 중사의 심리 외상과 2차 가해 정황, 자살 징후 등을 인지했지만 개인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를 신속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검사는 이 중사 관련 내용을 동기 법무관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특검은 “이 중사는 성추행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았지만 같이 근무한 중대장, 대대장은 피해자를 격려하기보다는 가해자 걱정이 먼저였다”며 “이 중사는 계속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 아닌가’하는 죄책감까지 가졌다”고 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중사는 성고충 상담관에게 쓴 글에서 ‘제가 출근이라도 해서 일이 바빠지면 나아질까 싶어 복귀하려고 했는데, 상관들이 (가해자에게) 빨간 줄 그으면 취업도 못한다고 선처하라고 해 복귀하겠다는 용기도 사라졌다’고 했다.

이 중사 사망 이후 공군본부 윗선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특검은 공군본부의 공보담당 정모 장교(45)가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려고 이 중사 사망 원인이 이 중사 부부 사이 때문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려 2차 가해를 하고, 이 중사가 피해 직후 선배 부사관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기자들에게 넘겨줬다고 했다. 특검은 “사망 당일까지 이 중사는 남편과 여느 신혼부부 못지않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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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이 중사 사건 불구속 수사, 공군 법무실장이 직접 지시했다”

특검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가해자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공군에서 관행적으로 성폭력 사건의 초동 단계 보고서에 ‘불구속 수사’ 문구를 기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검은 전 실장의 수사무마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으로 보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녹취록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전 실장이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 수사에 개입한 다른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 등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 등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다만 특검은 전 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했다. 전 실장이 군사법원 군무원 양모씨(49)로부터 가해자 영장심사 등 수사 정보를 전달받았는데, 이후 해당 군무원이 비밀 누설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전 실장이 군 검사에게 연락해 자신이 지시했다는 영장 내용이 잘못됐다며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특가법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전 실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로서 담당 검사에게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 항의한 것이고, 당시 군 검사는 육군 소속으로 전 실장과 상하관계에 있지 않았다”며 “끼워맞추기 기소”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성폭력이 발생한 지 약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100일간 수사하고도 2차 가해자, 공군 수사 담당자 등을 기소했다. 반면 앞서 국방부는 이 중사 사망 직후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재수사에 착수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겠다며 ‘특임 군 검사’까지 투입했다. 약 4개월간 18회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 79명을 조사했지만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군이 수사 의지가 없었고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서도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성폭력 발생으로부터 약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100일 간의 빠듯한 활동기한 내 수사를 마치고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자, 공군 수사 담당자 등을 기소하면서 앞서 진행된 국방부의 자체 수사는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는 이 중사 사망 직후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재수사에 착수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겠다며 ‘특임 군 검사’까지 전격 투입했다. 약 4개월간 18회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 79명을 조사했지만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특검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과정이 있었고, 폐쇄적 조직에서는 직업군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충분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처음에 의혹이 제기됐던 조직적인, 상부에서부터의 (은폐)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군대 내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han.kr
이혜리 기자 lhr@khan.kr
이보라 기자 purpl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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