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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성폭력처벌법 등 법령에 남아 있는 ‘성적 수치심’ 등 부적절한 용어를 개정하라고 24일 법무부 등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성폭력처벌법 등에 명시된 ‘성적 수치심’을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했다. 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복지법 등에 남아 있는 ‘성적 수치심’ 역시 삭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령(대통령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형집행법시행규칙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삭제하고 다른 용어로 대체하라고 했다.

그래픽 | 이아름 기자

그래픽 | 이아름 기자

위원회는 “‘성적 수치심’은 성범죄 피해자가 경험하는 공포·분노·죄책감·무기력·수치심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소외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성차별적 용어”라며 “이 용어를 삭제하면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로부터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다수 법률에 적시된 ‘성희롱’도 보다 중립적인 용어인 ‘성적 괴롭힘’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성희롱이란 용어는 성범죄를 희화화하고 범죄성을 희석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용어를 바꾸면 성범죄 가해 행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법률적 개념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와 내부 규율 전반에 걸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편견을 유발하거나 성차별적 개념이 없는지 세밀하게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앞서 대검찰청도
‘성평등 관점’ 예규·훈령 개정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으로
피해자다움 강요한다는 지적 반영



대검찰청은 2021년 6월 성평등 관점에서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은 대검 예규·훈령을 대거 개정했다. ‘(성적) 수치심’이란 용어를 일부 규정에서 삭제하고, ‘편부·편모’를 ‘한부모’로 수정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을 지웠다. 검찰 내 성평등 제도 확산 일환인 이번 규정 개정은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대검은 성평등 관점으로 개정을 권고받았으나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은 대검 예규·훈령 36개 중 34개를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경향신문 보도(5월28일자 1면 보도) 이후 단행되는 후속 조치다. 대검 형사4과만 소관 예규·훈령 2개를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달 초 대검 업무보고에서 권고 이행을 독려한 게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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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은 2020년 9월 대검 소관 훈령 40개, 예규 230개 등 총 270개에 대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성별영향평가란 정책의 성차별적 영향·요인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검찰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같은해 11월 성별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훈령·예규 270개 중 훈령 9개, 예규 35개를 성평등 관점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 결과 2021년 5월 기준 훈령 2개와 예규 6개가 성평등 관점으로 개정됐다. 당시 ‘성적 수치심’이란 용어는 ‘성적 불쾌감’으로, ‘호주’란 용어는 ‘가족’으로 변경됐다. 이번 전면 개정으로 대검 훈령·예규 대부분이 성평등 관점을 반영한 것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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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형사4과는 ‘아동학대 사건 처리 및 피해자지원에 관한 지침’에서 ‘피해아동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질문 등을 하는 경우’를 ‘피해 아동에게 불쾌감을 주는 등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로 고친다. 양성평등정책위는 앞서 ‘수치심’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니라 정조 관념에 뿌리를 둔 것으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단어라며 고치라고 권고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자에 대한 사건처리 지침’에서는 ‘여종업원’을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이라는 성폭력처벌법상 용어로 통일한다.

대검 정책기획과는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 ‘시한부 기소중지 관련 업무지침’에서 ‘여성 관련 사건’을 ‘성폭력·가정폭력 등 사건’으로 고치기로 했다. 성폭력·가정폭력 등 사건을 ‘여성 관련 사건’으로 표기하는 경우 여성만을 특정 범죄의 피해자로 한정하는 문제가 있을 뿐더러, 성별을 기준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체포구속 업무처리 지침’에서 ‘호주’라는 차별적 용어도 삭제한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등에서 각종 위원회 등 정책결정과정에 성별균형 참여를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대검 형사2과의 경우 ‘소년사건 처리지침’에서 ‘편부·편모’란 차별적 용어를 ‘한부모’로, ‘소년소녀가장’을 ‘소년소녀가정’으로 개정한다. 양성평등정책위는 ‘편부·편모’는 사회 통념상 부모, 자녀로 구성된 가정만 보편적 가족으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소녀가장’의 경우 ‘소년소녀가정’이 현행 법규용어라며 개정을 권고했다.

다만 대검 형사4과는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지침’과 ‘성폭력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지침’에 적힌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성적 불쾌감’으로 바꿀 수 없다고 보고했다. 형사4과는 “상위 법령인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 ‘성적 수치심’ 용어가 남아 있어 규정 개정이 어렵다. 특히 해당 규정이 검사 징계와 관련돼 상위 법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각 부서의 개정 이행 여부를 재점검한 뒤 최종 결과를 제3차 양성평등정책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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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은 2018년 5월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한 뒤 성평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1년 6월29일에는 ‘검찰 양성평등정책 가이드북’을 처음 만들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그 전달에는 여성 검사들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집 ‘여자 사람 검사’도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검찰 양성평등정책 가이드북’을 보면 2021년 상반기 인사 기준 여성 비율은 평검사 40.0%(562명), 보직을 맡은 고검검사 17.6%(69명), 검사장 5.0%(2명)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급감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 이같은 법무부·검찰 내 검사 성비 현황을 공유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인사 대책을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주요 기관 대변인이 모두 여성으로 교체되는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엄마, 사람, 그리고 검사입니다…검사도 엄마도 둘 다 잘 할래요"
📌평검사 40% 여성인데…‘핵심기관’ 법무부·대검·중앙지검엔 30% 이하
📌법무부, 주요 근무처에 여성 검사 비율 높이는 ‘성평등 인사’ 대책 마련

2020년 9월 세번째로 부임한 백수진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성평등 관점의 대검 예규·훈령 전면 개정 추진을 전담하다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기획과장으로 발령났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기소한 김은미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새로 보임돼 검찰의 성평등 정책을 맡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전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보라 기자 purple@khan.kr
허진무 기자 imagine@khan.kr

※플랫팀에서 알립니다.
대검찰청은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였으나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특정 단어를 명시하는 대신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춘 성중립적 단어 사용”을 권고하였습니다. ‘성적 수치심’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표현이라는 문제의식은 두 기관 모두 공유하지만, ‘성적 불쾌감’이 대체어로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습니다.

이 기사는 2022년 3월24일 <"'성적 수치심', 피해자다움 강요…법령에서 삭제해야">와 2021년 6월30일 <검찰, ‘성평등 관점’으로 대검 예규·훈령 전면 개정 결정> 등 두 기사를 병합해서 재가공한 것으로, 현재 기사 제목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 설명을 덧붙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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